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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월 13일(화) KBS1 밤 10시, <시사기획 창> '마음의 흐림과 마주하다...치매'편에서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익숙하지만 낯선 단어. '치매'입니다.
과거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르신들의 갑작스런 행동 변화를 '노망'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한국 사회에는 모두 100만 명의 치매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우성, 손예진 주연의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20년 전인 2004년 개봉했다는 걸 떠올린다면 그 사이 우리 주변에 치매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짐작이 안될 정도입니다. 치매 어떤 병이고,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요? <시사기획 창> '마음의 흐림과 마주하다...치매' 편은 그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 기억력이 없어지고, 길을 잃고...그보다 훨씬 다양한 치매 증상
일단 치매는 병입니다. 불행히도 낫지 않는 병입니다.
“뇌의 퇴행성 질환입니다. 누구나 있을 수 있는 노화 현상을 넘어서 뇌가 쪼그라들어서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그런 퇴행적인 상태가 되는 것을 치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뇌가 쪼그라들다보니, 이를 되돌릴 길이 없습니다. 거기에 뇌가 영향 받는 부분에 따라 증상도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김민재 순천향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전홍진 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정리해 보면 대표적인 증상들은 이렇습니다.
“보통 60대 중반 정도부터 시작해서 나이가 들수록 점점 발병률이 증가되는 형태고요. 일반적인 형태는 측두엽이나 해마 위축이 와요. 이렇게 되면 기억력하고 방향감각이 떨어지죠.”
“행동이나 심리적인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예를 들어서 우울증이 생길 수가 있고, 또 불안증도 심해질 수 있고 공격성이 생긴다거나 이런 증상들이 생길 수가 있는데요. 망상이 생겨서 누군가가 내 물건을 훔쳐갔다, 누가 나를 해치려고 한다. 이런 생각에 빠질 수가 있고 또 환각 같은 것들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자기가 기억력이 떨어져 있는 부분을 상상으로 채워요. 마치 전혀 있지 않은 거를 사실로 생각하고... 작화증이라고 하거든요. 의심이 많아집니다. 전두엽이 위축되면 그래서 배우자를 의심한다든지.”
특히 갑자기 아무 생각없이 잘하던 어떤 일의 수순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도 치매의 한 증상일 수 있습니다.
“전두엽의 기능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이거든요.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하는 거. 그러니까 예를 들어 김치를 담근다든지 이런 게 예전에는 잘됐는데, 잘 안되는 거죠.”
취재 중 만난 치매 환자 가운데는 길을 잃는 것은 기본이고, 갑자기 싸움을 하거나 욕을 하기 시작한 분, 밤 중에 일하기 위해 나가려는 분도 있었고...취재 온 기자에게 오늘 자기 딸하고 결혼해줘서 고맙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대표적인 증상만 적었지만, 치매의 꼭 알아야할 특성 중 하나는 '개인화'입니다. 뇌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개인이 그 동안 겪어온 '인생사'가 그 증상에 녹아듭니다. 그만큼 정말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거죠.
"막 유모차를 잡고 싸움을 하더라고요. 보행기하고 유모차를 가지고 막 흔들면서 싸움을 하고 소리 지르고, 옆집에서 신고할 정도로...그렇게 시어머니가 시집살이 시킨거, 이런 거를 계속 표출하더라고요. 싸움을 할 때."
그래서 치매 환자를 대할 때는 그 증상만 볼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를 알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 노틀담 수녀들이 치매에 걸리지 않는 이유
낫지도 않고, 증상도 너무 다양해 대응도 쉽지 않은 치매. 그래서 치매 판정을 받으면 그냥 낙담하고 포기해야할까요?
치매는 대게 10년 이상의 경과기를 거칩니다. 초기 발현에서 중기를 거쳐, 주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말기까지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 진행 시간에 개인차가 존재합니다. 어떤 사람은 경미한 치매 증상을 가지고 일상 생활을 평생 유지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분은 급속히 악화되기도 합니다.
치매에 대응하는 첫번 째 단계는 '발견'입니다. 나이와 함께 단순 기억력 저하도 많은 만큼 깜박깜박에 신경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치매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 기억력 감퇴는 뭔가 단서를 주면 떠올립니다.
우선은 평상시와는 다른 행동을 자꾸 한다면 한번쯤 검사를 받아보는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갑자기 회사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하던 임원이 알고보니 치매였던 사례도 있습니다.
두번 째 단계는 '유지'입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증세가 좋아졌다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뇌 자극'인데요. 여기에 대표적인 치매 연구로 꼽히는 노틀담 수녀원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켄터키 대학교의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가 1986년부터 수녀 6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인데요.
생활환경이 비슷하고 외부 노출이 적은 수녀들을 상대로 어떤 사람이 치매에 잘 걸리지 않았는지 조사한 것입니다.
"수녀님들 중에서 어떤 분이 치매 안 걸리고 장수했나. 이런 거를 본 건데 젊을 때부터 일기를 쓰고 여러 가지 단어들을 많이 구사했다는 거예요. 어휘력이 되게 좋고요.
그게 사실 어휘 훈련이 해마 훈련이거든요. 해마를 운동을 시키는 거죠. 어릴 때부터, 그러니까 나이가 들어도 해마가 좀 위축되더라도 나머지 해마가 그 기능을 하고 100살 넘어서 돌아가실 때까지 기억력이 괜찮았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사실 어학 연습을 하는 게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어학, 그러니까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고서 새로운 단어를 자꾸 듣고 그거를 써보는 것도 좋고요. 아니면 새로운 나라말을 배워보는 것도 좋고요.(전홍진 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다음 편에서는 '점잖은 치매'의 비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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